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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을 기도하는 다자이후 ‘텐만구’ … 석양이 아름다운 유후인 ‘긴린코’ 호수

  • 입력일 : 2019-08-06 15:24:44
일본 톱3 온천에 드는 유후인 … 온천 용출량 최고 벳부, 뜨거운 수증기가 ‘지옥’ 연출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의 긴린코(金鱗湖) 호수 전경. 여행객 숙소와 숲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늑하다.
후쿠오카 여행 둘째날, 아침 일찍 하카타(博多)역으로 나가 다자이후(太宰府), 유후(由布), 벳부(別府)를 도는 관광버스를 탔다. 다자이후시는 차로 후쿠오카시에서 남동쪽으로 30~40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다시 남동쪽으로 1시간 반 가량 차로 달리면 오이타현(大分縣) 유후시, 여기서 30분 가량 북동쪽 해안으로 약간 올라가면 벳푸시가 나온다.
 
후카오카시(2017년 510만명)가 현재 ‘규슈의 수도’로 통하지만 규슈 지방의 고즈넉한 역사와 유적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7세기 후반부터 규슈 전역을 500년 이상 통치하던 곳이 다자이후시다. 무로마치 막부가 들어서면서 실권을 후쿠오카시에 빼앗겼다.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텐만구 신사 본전
다자이후 도심 버스정류장에서 약 5분 정도 걸으면 텐만구(天滿宮) 신사에 도착한다.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에서는 도보로 15분이 소요된다. 텐만구는 일본의 유명한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학문의 신’으로 알려진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를 모신 신사다. 매년 입시철이나 취업시즌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합격을 기원하거나 취업을 바라는 참배자들이 모여 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정류장에서 신사에 이르는 약 300m쯤 되는 골목 양쪽에는 우메가에모찌(うめかえの もち)라는 매화꽃 모양의 찹쌀떡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스가와라노가 권력을 잃고 좌천돼 이곳에 와 실의에 빠져 식욕마저 잃고 기신기신할 때 어느 할머니가 찾아와 부엌에 있는 재료로 떡을 빚고 그 위에 매화가지를 꽂아 건넸다. 스가와라노가 이걸 먹고 되살아났다는 일화 때문에 우마가에모찌가 유명해졌다. 꼭 매실맛이나 매실 모양도 아니며 무조건 팥 앙금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떡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력을 회복한다는 믿음이 전해져왔다. 이밖에 목조구조물로 특색 있는 스타벅스 다자이후점, 대중적이면서도 제법 고급스러운 스시에이라는 집이 텐만구 신사 거리에서 유명하다.
 
텐만구 신사 본전에 붙여 놓은 대학입시 합격 기원 글씨들. 이 신사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곳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대입시험을 앞두고 찹쌀떡을 수험생에게 선물한다. 일본에서 찹쌀떡은 애초 둥글고 살찐 메추라기의 배를 닮았다고 해서 복태병(腹太餠)으로 불리었다. 이후 글자의 앞뒤가 바뀌어 대복(大腹)으로 불리다가, 같은 발음에 큰 복을 받는다는 의미의 대복(大福, 다이후쿠)로 바뀌었다. 결국 큰 복(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찹쌀떡을 선물하게 됐다. 한국에선 찹쌀떡이나 엿이 시험에도 ‘짝 달라붙으라’는 합격 기원의 마음에서 수험생 선물로 애용된다. 중국에도 청나라 시절부터 한국이나 일본보다 상술적인 ‘장원 떡’이란 게 있다고 한다.
 
골목 끝부분에 이르면 한국의 솟대 같은 도리이(鳥尾)가 잇달아 세워져 있어서 신사 입구임을 알려준다. 도리이는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도리이는 고구려인이 신앙시한 태양에 사는 발 셋 달린 삼족오(三足烏)의 변형이라는 설도 있다.
 
초입에 큼지막한 황소가 앉아 있는 고신규(御神牛)조각상이 있다. 고신규는 스가와라노가 죽은 후 그의 시체를 옮기던 소가 이곳에서 꼼짝하지 않고 멈추자 그곳에 신사를 지었다고 하는 전설을 갖고 있다. 텐만구 신사 안에는 모두 11개의 고신규가 있다. 고신규의 머리를 쓰다듬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에 황소 머리는 참배객들의 손길로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이를 뒤로 하고 연못과 구름다리를 건너 본전에 이르게 된다. 왼쪽 연못이 신지이케(心字池), 오른쪽 연못이 쇼우부이케(菖蒲池)다. 가운데 붉은 색의 다리는 타이코바시(太鼓橋), 완만한 경사로 세 번 굽이져 운치 있다. 사진찍기에 좋은 포인트다.
 
다리 건너 정면, 본전 앞엔 입구임을 알리는 도리이가 우뚝 서 있다. 주변엔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 숲을 이룬다. 다자이후 텐만구 경내에는 매년 2~3월이면 약 6000그루의 희고 붉은 매화가 피워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고 한다. 이보다 조금 늦게 피는 쇼우부이케의 40종 3만포기에 이르는 창포도 수변의 노스탤지어를 연출한다고 한다. 수국꽃도 아름다울 듯하다.
 
본전 왼편의 매화나무 ‘도비우메(飛梅)’는 이런 꽃들의 정점이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다자이후로 좌천되자 ‘봄바람이 불거든 향기를 보내다오. 매화꽃이여! 주인이 없다 해도 봄을 잊지 말게나’하고 시를 읊었는데, 하루 밤 사이에 교토에서 날아왔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경내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고 전한다.
 
텐만구는 스가와라노가 죽은 지 16년 뒤인 919년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기술로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본전은 1591년 세워졌으며,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텐만구 신사는 입장료가 없다. 그러나 일본 국보 등을 전시하고 있는 서편의 호모쓰덴(寶物館)에는 입장료를 들여야 한다. 반대쪽인 동편으로 10분 걸으면 일본의 네번째 국립박물관인 규슈국립박물관이 나온다. 현대적인 외관과 압도적인 대형 유리건물이 인상적이다.
 
다음 행선지는 유후의 온천 밀집지역인 유후인(由布院)이다. 유후시는 벳부시와 함께 오이타현의 대표적인 온천도시다. 일본에서 항상 톱3 온천 안에 든다는 유후인과 석양이 아름다운 긴린코(金鱗湖) 호수가 유명한 곳이다. 지리상 오이타현의 한 가운데로 현청 소재재인 오이타시의 베드타운 역할도 하고 있다. 유후인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약 1㎞의 유노츠보(湯の坪街)거리를 걸어서 긴린코에 도달하게 된다. 유노츠보거리엔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이 중 몽환적인 화풍의 마르크 샤갈의 그림을 40점가량 전시한 샤갈미술관과 그 맞은 편의 갓파쇼쿠도란 깔끔한 식당이 눈에 띈다. NHK방송에서 기획한 제1회 전국 고로케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했다는 집엔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저지방에 바삭바삭한 식감으로 인기다.
 
긴린코 호수의 투명한 물빛과 하늘거리는 물고기의 유영이 평화롭다.
긴린코는 유후인 한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호수다. 메이지 시대에 한 학자가 석양 무렵 헤엄치는 물고기의 비늘이 빛나는 모습을 보고 이름지었다 한다. 호수 바닥에서 따뜻한 온천수가 일정하게 흘러나와 겨울에도 얼지 않고 겨울 새벽에는 짙은 물안개로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긴린코 관람을 끝내고 유노츠보 거리 이면 골목으로 돌아나가면 개별온천, 가족온천, 대중온천 등이 있는 온천거리가 나온다. 환락가나 대형호텔이 없어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유후인과 긴린코를 품은 게 유후다케(由布岳)이다. 유후인 관광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유후다케에 도착했다. 유후다케가 유후인 북동부를 감싸고 있다. 유후다케는 최고봉인 서봉이 해발 1584m이고 쌍봉의 하나인 동봉은 1580m이다. 산 기슭의 표고 약 450m 지점에 유후인분지(由布院盆地)가 형성돼 있다. 유후다케에 동쪽으로 츠루미산(鶴見岳, 해발 1374m)이 인접한다. 이들 산을 근원으로 오이타강(大分川)이 만들어져 동서로 흐르고 있다. 산중도로를 넘어서면 오이타현의 동쪽바다에 인접한 벳푸에 이르게 된다. 그 남쪽이 현청이 있는 오이타시다.
 
일본 오이타현 벳부시의 ‘카마도(かまど) 지옥’ 온천 순례
벳부는 일본의 여러 온천도시 중 온천 용출량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시내 높은 곳 전망대에서 보면 여기저기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온천 수증기를 볼 수 있다. 이곳의 명물은 ‘지옥온천순례’로 온천 수증기가 마치 지옥의 안개처럼 퍼져나가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단체관광이라 잘 알려진 ‘카마도(かまど) 지옥’에 들렀다. 현장 온천 가이드는 죽을 힘을 다해 날숨으로 90도 온천수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입으로 불어내며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저러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걸리지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관광객들에게 일본 스타일 천연사이다와 온천열로 구운 달걀을 서비스해준다. 카마도는 일본어로 부뚜막, 화덕, 아궁이를 뜻한다. 우리의 가마솥과 비슷한 어감이다. 가마솥의 ‘가마’는 검다는 의미여서 어원이 다른 듯하다. 아무튼 ‘가마솥 아궁이 수증기’라는 의미로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해선 잘 지은 이름 같다.
 
벳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다케가와라(竹瓦) 온천이다. 1878년부터 무려 140년 넘게 영업해온 터줏대감 온천이다. 1938년에 지어진 온천 건물은 근대산업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다. 일본 여느 온천보다 스나유(모래찜질)의 인기가 대단하다.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시내 야경
하카타역으로 돌아와 인근 카레집에서 간단히 이른 저녁을 했다. 역 구내에는 이런저런 먹거리가 많다. 일 포르노 델 미뇽이란 크루아상 빵집에서 몇 개를 사고 캔 맥주도 구입해서 어두워지길 기다려 하카타역 이뮤플라자 옥상의 츠마메노모리 옥상정원에 올라갔다. 무료로 하카타 전역을 관망할 수 있다. 깔끔한 나무데크에 음지식물과 조그만 분수, 상록관엽식물로 분위기 좋게 꾸며놨다. 깊고 푸른 야경이 멋스럽다. 파라솔에 앉아 구입한 간식에 맥주 한 캔을 마시니 이렇게 ‘가성비’ 좋은 호사가 따로 없다. 일본 서민들은 이런 곳에서나마 각박한 일상에서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와 인근 슈퍼마켓에서 어제 못다한 쇼핑을 했다. 자기 전에 애플와인도 한잔, 피곤함과 여기저기 많이 둘러봤다는 정신적 포만감에 잠이 스르르 온다.
  • 정종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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