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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서 벌레 유충? 오염된 수돗물 마시면 나타나는 질병들

  • 입력일 : 2020-07-29 19:23:50
염소 소독제 많으면 유산 위험, 노후 수도관은 중금속 중독 유발 … 질산염은 각종 소화기계 암 불러
수돗물을 안전하게 음용하고 싶다면 노후된 수도관을 교체하고, 수돗물을 끓이거나 정수기로 걸러 음용할 것을 권한다.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국 정수장 긴급점검을 지시했지만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지역은 지난해 5~6월에도 붉은 녹물이 수돗물에 섞어 나와 논란이 됐다. 오염된 수돗물은 각종 수인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잘못된 관리된 수돗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질환과 안전한 수돗물 음용법을 알아본다.
 
벌레로 인한 알레르기‧천식 발생 위험 낮아 … 필터 이용 도움
 
논란이 된 수돗물 속 깔따구 유충은 인천 지역의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된 것으로 조사됐다. 여과지가 오염되면서 배수지와 가정에서까지 유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파리목 깔따구과에 속하는 깔따구는 주로 4급수의 물에 알을 까며, 일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돗물의 전체적인 수질 자체가 낮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하지만 깔따구 유충이 나온다고 해서 수질이 4급수 수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깔따구가 먹이가 될 만한 유기질이 많은 4급수에 알을 잘 까는 것은 맞으나 모든 웅덩이에 알을 낳기 마련이다. 수돗물의 최종 정수 단계에서는 염소 농도를 낮추고 독성이 없는 활성탄으로 정수하는데 이 때문에 유충이 살아남았을 확률이 높다.
 
또 깔따구의 성충이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맞으나 유충에서는 그런 유해성이 보고된 바 없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깔따구 성충의 사체가 가루가 돼 흩어져 피부나 호흡기와 접촉하면 알레르기성 피부염‧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유충도 그런 위해성이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깔따꾸 유충이 발생한 것처럼 다른 벌레나 그 알 등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에는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벌레 유충은 기생충과 달라 몸 속에 들어가서 생존할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구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정 찝찝하다면 가정용 정수 필터를 설치하는 게 도움이 된다. 벌레의 유충과 알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염소 투입량 높으면 유산‧아토피피부염 유발 위험 상승
 
벌레 유입 및 각종 세균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독이다. 수돗물을 소독하는 방법으로는 염소소독법‧오존살균처리법‧자외선살균처리법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염소소독법을 채택하고 있다. 염소는 가격이 싸고 소량으로도 멸균효과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오염된 하천수를 정수해 수돗물로 사용하려면 물 속에 함유된 각종 이물질, 부유물질 등을 침전시킨 후 차아염소산(HOCI) 등 염소물질을 다량 투입해 세균을 제거한다.
 
하지만 염소가 많은 수돗물은 인체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수돗물 염소소독 처리과정에서 수중의 유기물(부식질)과 염소가 화합해 생성되는 트리할로메탄은 발암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에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수돗물을 마실 때 나는 특유의 냄새나 맛은 소독 후 남은 잔류염소가 원인”이라며 “한국 수돗물 속 잔류염소량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잔류염소가 과도하게 함유될 경우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잔류염소는 물맛을 쓰게 하고 체내에서는 장내 미생물을 죽여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유해 활성산소 발생을 늘리고, 물의 산화환원 전위가 상승해 머리카락과 피부의 신진대사가 장해를 받게 된다. 잔류염소의 산화력은 비타민C를 순식간에 파괴시키며, 체내 효소 활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 모공을 통해 피부 속으로 흡수돼 아토피성피부염‧피부건조증‧땀띠‧가려움증 등을 유발한다.
 
염소 수돗물은 특히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강관리국은 수돗물 속 트리할로메탄의 함유량이 현행 기준치 이하라도 임신 여성이 대량으로 마셨을 경우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 3개월까지 임신 초기 여성 51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으로 트리할로메탄 함유량이 1ℓ당 0.075㎎ 이상의 수돗물을 하루에 5컵 이상을 마신 경우 유산율은 15.7%에 달하고, 그 이하의 함유량 혹은 음용량인 경우에도 유산율이 9.5%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수돗물에 주입되는 염소량을 줄이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2013년 이전까지는 0.7㎎/ℓ 염소를 투입했으며, 이후에는 0.1∼0.3㎎/ℓ 이하로 줄였다. 트리할로메탄도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따라 수도물 1ℓ당 0.1㎎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수돗물을 매일 하루 2ℓ를 마셨을 때 발암률이 10만분의 1 이하가 되도록 설정한 값이다.
 
국내 수돗물 속 잔류염소는 안전한 수치다. 그럼에도 더 안전하게 음용하고 싶다면 수돗물을 끓여 먹는 게 추천된다. 물을 2분 정도 끓일 경우 85%가 감소하고, 15분이 지나면 98.2%가 사라진다. 염소는 휘발성이 강해 그릇에 담아두기만 해도 날라간다. 24시간 지나면 83%, 48시간 후엔 97.6% 제거된다.
 
노후 수도관 중금속 중독 유발 … 중추신경장애‧심혈관계질환 주의
 
수돗물이 깨끗하게 정화됐다고 하더라도 노후된 수도관을 사용한다면 이를 통해 수돗물에 중금속이 함유될 수 있다. 벌레 유충 발견 사건에 비해 노후된 수돗물로 인한 수돗물 오염 사건은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국내에서는 1989년 수돗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된 ‘수돗물 중금속 오염 파동’ 이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다. 당장 지난해 5~6월 인천 서구 지역에서도 노후된 수도관으로 인해 붉은 놋물이 섞여 나와 논란이 됐으며, 2018년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 수돗물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작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수돗물에서 납성분이 확인돼 주 당국이 사과했다.

임종한 교수는 “정수장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수돗물이 배급돼도 수도관에서 녹이 슬면 중금속이 혼입될 우려가 높은데 과거에 주로 쓰던 아연도강관은 이럴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연도강관은 값이 저렴해 실내 배관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10년 이상 사용할 경우 철을 감싼 도금 아연이 벗겨지면서 급속히 부식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1994년 4월 1일부터 녹이 잘 스는 아연도강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후 신축된 건축물들은 녹이 슬지 않는 동관, 스테인리스관, 합성수지관을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수도관이 설치된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산본 등 1기 5대 신도시와 서울 지역의 상당수 가정집은 여전히 아연도강관을 사용 중이다. 지자체에서 비용을 보조하며 수도관 교체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아연도강관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전문가들은 중금속에 노출되면 특별한 질환 없이도 두통‧만성피로‧손발저림 등을 느끼며, 몸에 축적되면 중추신경장애‧심혈관계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상수도관 오염 시 함유되는 질산염 … 청색증‧대장암 위험요인
 
상수도관 청소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수돗물에 질산염이 함유될 수 있다. 국내 수돗물 조사에서 200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수돗물 1L당 평균 1∼3㎎의 질산염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인 1L당 10mg이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 EWG)이 수돗물에 포함된 질산염이 허용 기준치 이하에서도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미국 내 수도 시스템 정보를 기반으로 2010~2017년에 조사한 결과 수돗물 속의 질산염 때문에 매년 1만2594건의 암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84%가 대장암이라고 보고했다. 이밖에도 질산염으로 인해 미숙아 출산 2939건, 조산 1725건, 신경관결함 41건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덴마크의 토르벤 시그스가드(Torben Sigsgaard) 오르후스대학(Aarhus University) 공중보건과의 교수팀도 수돗물에 포함된 질산염이 대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78∼2011년 덴마크 국민 270만명을 대상으로 질산염과 대장암의 발병 관계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 속의 질산염이 3.87㎎/L 이상만 되어도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질산염은 하수 오물과 몇몇 화학비료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생활하수나 질소비료, 썩은 축산 분뇨 등이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면 수돗물의 질산염 농도가 높아진다.

질산염이 식수를 통해 몸 안에 들어올 경우 아질산염으로 바뀐다. 아질산염은 혈류 속의 헤모글로빈을 산화시켜 조직에 산소를 원활히 운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산소가 폐에서 우리 몸의 곳곳으로 나가야 하는데 질산염이 이를 방해한다. 이 때문에 성인에선 심장병과 뇌질환 등이, 유아나 어린이에선 ‘청색증(블루베이비병)’이 초래될 수 있다. 청색증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간다.

질산염은 또 아질산으로 변화한 후 아민과 결합해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을 생성한다. 이 니트로사민은 실험동물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성인이 질산염을 장기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위암, 대장암, 소화기암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국내 수돗물은 질산염이 WHO의 음용 기준치보다 훨씬 낮게 관리되고 있어 일반 성인은 바로 마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아‧임산부‧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에 취약한 사람이거나, 주변에 공업지대가 있거나,  수도관이 낡은 경우에는 정수 필터로 한번 더 거른 물을 마시는 게 안전하다.
  • 김지예 기자 kjydream@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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