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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 회장 탄핵 위기 … ‘승리없는 투쟁’으로 의료계 내홍

  • 입력일 : 2020-09-15 22:37:30
정부와 협의 불만, 소청과의사회‧대병의협‧경기도의사회 등 주도 … 임기 중 3번째 탄핵안
대정부 투쟁에서 ‘강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익’을 못 챙겨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탄핵안)이 제기됐다. 이번 의·당·정 합의문에 서명한 게 독단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최 회장은 임기내 세번째 탄핵 위기를 맞았다.
 
“정부와 협의는 최대집 회장의 독단” 내부 불만 ‘부글부글’ 
 
지난 4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의협 대의원 단체 대화방에 ‘불신임결의신청서’를 올렸다. 이어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도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파업 이후 의료계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등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해 지난달 7일 전공의 일일 진단 휴진을 시작으로 지난 8월 14일 1차 전국의사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진행해왔다.

의료파업을 종식하기 위해 정부와 의협 간 협상을 통해 여러번 합의를 모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며 파행을 겪었다. 결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서며 중재를 시도했다.

4일 최대집 의협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및 보건복지부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의료파업은 끝났다. 무기한 집단휴진 중이던 전공의, 전임의들도 8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업무 복귀를 시작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에서 얻은 게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 정책들의 백지화를 요구했던 의사들은 코로나19 이후로 논의를 미룬다는 소기의 성과만 얻고 쉽게 파업을 끝낸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의사단체 지도부조차 이번 합의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날 자신의 SNS에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것인지?”라는 글을 올렸다. 또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해 “우리는 합의한 적이 없다. ‘철회’ 등이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후 항의성으로 대전협 비대위는 총사퇴했고 신 비대위 체제가 구성됐다. 신 비대위는 “4일 최 회장이 합의문 작성 이후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게 됐다. 억울한 마음을 안고 1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부의 합의문 이행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최대집 회장이 정부와 합의하려하는 것을 말렸으나 최 회장이 합의했다”고 적었다.
 지난 5일 이뤄진 ‘최대집 회장 탄핵(불신임) 찬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사 참여자의 97.1%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의사 91% 탄핵 찬성 …주신구 대병의협 회장, 탄핵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 발의

내부의 불만은 당장 최대집 회장에 대한 탄핵 논의로 이어졌다. 합의문 서명 다음날인 5일 오후 ‘최대집 회장 탄핵(불신임) 찬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가 SNS에 올라왔다. 의사 면허번호를 입력하고 찬반 입장을 던지는 의사만 참여 하도록 이뤄진 설문조사는 하루도 되지 않아 참여자가 5000명을 넘겼다. 이들의 97.1%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임원진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93.4%에 달했다.

이에 각 의사단체들도 의협 집행부와 최 회장 규탄에 합류했다. 개원가를 대표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6일 긴급 상임이사회의를 열고 “의협이 정부 및 여당과 체결한 합의가 전공의를 비롯한 회원들과 의대생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난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모든 신뢰를 잃은 최대집 회장과 현 집행부는 졸속협상과 그로 인해 초래된 현 의료계 분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의협 대의원회는 신속히 현 의료계 상황에 대한 협상과 투쟁의 전권을 가진 범의료계 비대위 투쟁 체제를 구성해 투쟁 조직을 즉각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봉직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젊은의사 비대위와 회원들의 의도에 반하는 내용의 의협과 정부‧여당의 합의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독단적인 결정을 한 의협 회장과 집행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주신구 대병의협 회장은 지난 9일 최대집 회장 및 집행부 탄핵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을 발의했다. 구체적인 소집 안건은 △최대집 의협회장 불신임 △방상혁 상근부회장 불신임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김대하 홍보이사의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규정 개정 등이다.

최 회장, 성명서로 여론 수습 안간힘 … 일각 “탄핵 요건 안 된다” 주장

의사단체 내부에서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최대집 회장은 지난 14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등 갈등 수습에 나섰다.

최 회장은 “모든 사정과 이유를 떠나, 젊은이들 마음에 상처를 안긴 건 모두 의협 회장인 제 부덕으로 오늘 이 서신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 의료계의 중심에 선 학생과 젊은 의사들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협회의 체질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 제40대 집행부는 남은 임기 동안 의료계의 단합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회무에 임하겠다”며 중도에 물러설 마음이 없음을 밝혔다.

의사들의 분노와는 별개로 최대집 회장의 탄핵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협 정관상 불신임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단 협회 회무의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예외) △정관 및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 등이다. 최 회장의 경우 이 중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다.

협상을 독선적으로 처리했다는 부분 역시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회장이 협상의 결론을 낸 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최대집 회장의 임기가 2021년 4월로 얼마 남지 않아 굳이 탄핵 등으로 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이상 또는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에게 동의서를 구하면 이를 위한 임총 소집이 가능해진다. 임총이 소집될 경우라도 재적 대의원 3분의 2가 출석해야 성원이 되며, 출석 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불신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회장이 임명한 임원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로 성립하고,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최 회장은 2018년 10월과 2019년 12월 문재인 케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불신임안이 제출됐으나 모두 투표에서 이겨 자리를 지켰다.

‘3번째’ 실력행사, 뚜렷한 소득 없이 이미지 훼손에 ‘파업권 제한’ 논란까지

의사단체의 내홍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한 총파업의 결과가 뚜렷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최선을 다한 싸움의 성적표가 초라하다는 것이다. 의사총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 사태에 이어 세 번째다.

2000년 의약분업을 시행에 반발한 의사단체는 1999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 집회에 2만명, 2000년 2월에는 4만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같은 해 4월 4~6일에는 사상 첫 의협 전체 회원 휴진을 강행하고 7월에는 전공의 집단휴진, 9월에는 의대 교수 휴진 등 강력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례 없는 실력행사였으나 후유증은 컸다. 당시 김재정 의협 회장과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 등 지도부가 잇달아 구속되고, 김재정 회장은 면허까지 취소됐다. 의약분업도 결국 시행됐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선 시행 후 보완’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지금까지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집단휴진을 강행한 2014년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가 화두였다. 의약분업 사태를 기억하는 의사단체는 정부와 협의에 나서기보다 당시 같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야당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해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뜻을 관철했다.

이번 총파업 끝 협의는 2014년보다 2000년 때의 양상과 닮았다는 점에서 의사들은 실패를 반복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집행부에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의사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파업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국민들이 파업으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파업 금지, 국공립병원 파업 금지 등을 입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직종으로 분류돼 파업권을 제한받는 군대, 공무원 집단처럼 의사들의 파업도 일부 제한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의사들도 얼마든지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최소한 환자안전은 지키면서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독일 등서 처우개선 파업 ‘관철’, 캐나다선 환자본인부담금 폐지 반대 투쟁 ‘실패’ 


하지만 의사 역시 직업인으로 정당한 파업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에는 의사들의 파업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열악한 근무환경에 항의하면 세계 곳곳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뿐만 아니라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왔다. 영국은 1975년 기존 전문의가 NHS 업무 이외 개인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하는 법령이 예고되자 준법투쟁을 벌이며 근로시간 외의 근무와 의료 제공을 거절했다. 그해 12월에는 응급의료만 진행하며 집단행동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개인병원을 운영할 권리는 지켜졌다.

같은 해 11월 영국 수련의들도 임금 삭감 정책에 항의하며 주 40시간 응급진료만 제공함으로서 원래의 근로조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도 2006년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전국 대학병원 의사들이 파업을 진행해 8~18% 급여 인상 및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다. 1985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환자본인부담 추가 청구 폐지 정책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의사들이 환자본인부담 비용을 추가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자 지역 의사 1만7000여명 중 절반이 휴진에 나서며 집단행동에 들어갔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의사에 대한 여론만 크게 손상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2018년 9월 발간한 ‘국내외 의사 단체향동의 현황과 시사점에 대한 보고서’에서 “해외 의사들은 응급의료, 산부인과, 종양내과 등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인 분야의 의료는 제공하며 단체행동을 진행했다”며 “국내 의사들도 단체행동을 할 때 필수진료를 제공하며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김지예 기자 kjydream@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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