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패트롤

연 1600억원 보툴리눔톡신 경쟁에 ‘복병’ 종근당 참전 … 한몸이었던 휴젤과 각세워

  • 입력일 : 2020-09-15 14:45:05
4조원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 놓고 싸우는 10여개 기업중 7곳이 국내사 … 적응증 확대로 차별화 나서
연간 1000억원 규모 국내 보톡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출처: 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해 연간 1600억원 규모 국내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관련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보톡스 시장의 쌍두마차였던 휴젤과 메디톡스의 경쟁 구도가 깨지고 휴젤과 종근당이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가 생긴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6월까지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10년 가까이 공동 판매해오면서 휴젤 제품을 국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위치로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그러던 종근당이 지난해 7월 1일자로 휴젤과 결별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했다. 종근당은 지난 4월 휴온스글로벌이 보툴리눔톡신 ‘리즈톡스’(해외명은 휴톡스)의 품목 허가를 획득하자 위수탁 생산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확보키로 전략을 세웠다. 지난 8월 급기야 ‘원더톡스’란 자사 브랜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종근당은 2013년에 보툴리눔톡신, 필러, 유방보형물 등 뷰티 헬스케어 제품에 집중하는 BH사업부를 두고 탄탄한 영업망을 다져왔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영업력이 막강한 종근당의 위력이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이 끝난 휴젤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현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집 나간 가족의 반격에 맞서 휴젤이 최근 몇 년간 유지해오던 ‘보툴렉스’의 국내 시장점유율 40% 안팎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휴젤은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9275억원에 인수됐다.

메디톡스는 오직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 도용 여부 법적 분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이 문제가 원만하게 풀려야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고 흐트러진 회사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피부미용 관련
제네릭 의약품 품목을 20여 개 늘리고,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휴온스는 자체 제품 마케팅과 종근당에 납품하는 원더톡스의 생산 마진 취득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의 경우 지난해 국내 매출 113억원을 달성하며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등장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당초 해외 진출에 중점을 뒀던 대웅은 지난해 나보타 미국 매출이 4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125억원 대비 256.4% 성장한 액수다. 대웅도 메디톡스와 법적 분쟁이 무난하게 해결돼야 국내외 시장전략을 정상 궤도 안에서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휴온스글로벌 외에 파마리서치바이오(브랜드명 리엔톡스)도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전세계적으로 이 시장에는 75%를 차지하고 있는 엘러간을 선두로 독일 멀츠, 프랑스 입센, 중국 란저우, 러시아 마이크로젠, 인도 바이오메드 등과 국내 제약사인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파마리서치, 프로톡스, 종근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총 10여개의 전세계 회사 중 7개나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중 이 시장에서 뛰어든 기업이 소수인 것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이 연간 1000조원을 넘는 반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4조원대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중 치료 목적 보툴리눔톡신은 약 60%이고 나머지 40%가량이 미용 목적 치료제인데 주로 후자를 놓고 영업경쟁력만으로 버텨온 국내 제약사들은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내 보툴리눔톡신 개발 기업들은 치료용 적응증 확대를 통한 차별화에 전력 투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휴젤은 지난해 11월 ‘보툴렉스’ 적응증에 눈가주름(외안각 주름) 개선을 추가했다. 임상시험을 거쳐 ‘눈둘레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증 이상의 외안각 주름의 일시적 개선’을 승인받았다. 보툴렉스는 기존 본태성 눈꺼풀(안검) 경련, 미간주름, 상지근육 경직, 소아마비 환자 첨족기형 등에 이어 5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현재 과민성 방광치료(1상), 경부근긴장이상 치료(1상), 양성교근비대증(사각턱) 개선(2상) 등을 적응증으로 확보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6월 ‘나보타’의 새 적응증으로 눈꺼풀경련을 추가했다. 2013년 미간주름 치료 용도로 승인받은 이후 근육경직과 외안각 주름 등에 이어 총 4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나보타는 국내 개발 보툴리눔독소 제제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기존 미간주름 적응증을 갖고 있는 휴온스는 미용 영역에서 외안각주름 개선 적응증 임상을 종료하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변경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치료 영역에서는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치료에 대한 임상 1상, 양성교근비대증 개선에 대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퇴출당한 메디톡스는 보툴리눔독소제제 ‘메디톡신’은 국내서 가장 많은 6개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안검경련, 첨족기형, 미간주름, 근유강직, 눈가주름 외에 2020년 2월 경부근긴장이상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경부근긴장이상(Cervical Dystonia, 일명 사경증)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 근육이 경직되며 수축과 이완이 조절되지 않아 목이 중심에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위치가 바뀌게 되는 질병이다. 국내 제품 중 이 적응증을 승인받은 제품은 메디톡스가 유일하다. 외국사로는 엘러간의 보톡스가 이를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종근당과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미간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장으로만 놓고 보면 해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국내사 간 경쟁은 의미가 덜하지만 자국에서의 성공 척도가 해외시장 진출 시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국내 보톡스 제품은 성분이나 효능에서 큰 차이가 없어 가격경쟁력이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oohyun89@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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