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패트롤

“HPV 백신 광고에 남자들 등장했다” … 이유는?

  • 입력일 : 2020-09-15 16:27:06
자궁경부암, 남자는 괜찮다는 인식 전환 나서 … HPV로 전파돼 남녀 모두 조심해야
한국MSD는 인식 전환을 위해 HPV백신 모델로 유병재와 조세호를 기용했다. MSD유튜브 채널 캡처.
한국MSD가 ‘남심(男心)’ 잡기에 나섰다. 남성이 ‘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 Virus, HPV) 백신을 맞느냐’는 세간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포인트를 남성에게 철저히 맞춘 것이다.

방송인 유병재와 개그맨 조세호라는 스타를 기용해 이질감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여성 고객뿐 아니라 남성 고객까지 흡수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만만한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HPV 백신은 초기에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탓에 여성만 접종이 권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대표적인 여성질환인 자궁경부암 외에도 여성과 남성의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이에 한국MSD는 지난달 18일 TV 광고를 통해 자궁 없는 남성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로 인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익광고와 느와르영화, 하이틴드라마, 아침드라마 등 4가지 콘셉트로 각각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버스광고로도 노출 중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발견됐다. HPV가 생소할 수 있지만, HPV 감염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HPV가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성생활을 하는 성인 10명 중 7명은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PV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자연 소실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되면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남녀 모두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남성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남성에서 나타나는 생식기 사마귀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식기 사마귀 신고 건수가 2018년 5402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901건보다 약 6배가 증가했다. 환자의 약 70%는 20~30대였다.

이에 따라 HPV 백신을 남성도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고, 남성도 HPV에 감염될 수 있어 남성에서도 HPV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하면 HPV로 인한 관련 질환 부담이 감소한다는 모델링 연구결과도 있다.

유럽연합의 한 모델링 연구 결과 여성이 단독으로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 시에 HPV 유병률이 현저히 낮아졌으며, 남성 HPV 감염이 줄어들면서 여성 HPV 질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백신 접종을 지원하며 한발 앞선 HPV 백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남성은 필수접종 대상에 속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에서는 남성에게도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3년 2월부터 여성은 12~13세, 남성은 14~15세에 HPV 백신을 무료 접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MSD의 광고를 두고 인식전환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똑똑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HPV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어 매출 발생이 한정적이었지만, 백신 광고는 지상파 방송이나 대중 일간지에 허용되는 특수성을 살려 인식전환과 동시에 남성 고객층 흡수를 통해 매출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제약업계의 한 홍보 전문가는 “대중광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며 “고정관념을 깬 모델 발탁은 새로운 흥미와 관심이 집중돼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어 영향력이 큰 만큼 HPV 백신에 대한 남성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자궁경부암 백신 국내 시장 규모는 286억원으로 MSD의 ‘가다실9’(9가)이 177억원(점유율 62%), MSD의 ‘가다실’(4가) 93억원, GSK의 ‘서바릭스’(2가) 16억원을 차지했다.
  • 박수현 기자 soohyun89@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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