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상식

약, 시간에 맞춰 먹지 않으면 무용지물

  • 입력일 2014-12-10 14:16:11
  • l 수정일 2015-02-01 15:16:57
모르면 답답한 의약품 복용 상식【1】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복용법을 지켜서 먹지 않으면 원하는 효과를 100% 보기 어렵다. 우선 시간에 맞춰 제 때 약을 먹어야 하고,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지나치게 올리는 다른 의약품 및 특정 식품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제형의 특성에 맞게 복용하고 약물을 잘 보관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약 먹는 방법이 번거롭다고 건너뛰거나, 적게 먹어도 효과가 날 것 같아서 약을 아껴먹거나, 아까 빼먹었다고 과량을 한꺼번에 먹는다면 효과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약효를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복용자의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또는 새로운 약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복용간격과 복용시간은 하루에 1~5회, 격주에 한번, 적게는 몇 달에 한번씩, 식후 30분은 물론 식전, 식간 등 셀 수 없이 다양해졌다. 약 성분이 혈액에 퍼져 적정 혈중농도를 유지해 효과를 발휘하도록 다변화한 것이다. 같은 약이라도 먹는 방법, 시간, 보관방법 등에 따라 그 효과는 천지차이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약효가 있는 약이라도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냥 밀가루를 먹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약도 식후, 식전, 식간에 따른 찰떡궁합이 있다

(1) 식후에 복용하는 약
가장 일반적인 복용 방법은 일반 사람들이 주문처럼 달달 외우는 ‘식후 30분’이다. 여기서 식후란 식사 후 30분 정도에 복용하라는 뜻이다. 이는 약물로 인한 위장장해를 방지하고 약물 복용시간을 식사시간과 맞춰 잊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약효가 식사(음식물)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약들은 대부분 식후 30분에 복용하게 돼 있다. 별도의 지시가 없다면 모든 약들은 식후 30분에 복용하게 돼 있다. 대체로 속쓰림, 위장장해가 많은 해열진통제·소염제가 여기에 해당하지만 속쓰림이 너무 심하면 의사의 지도 아래 식사 중이나 식사 직후에 복용하기도 한다. 
▷ 소염진통제는 체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데 프로스타글란딘의 순기능에는 위벽을 보호하고 혈류공급을 촉진하는 작용도 있다. 따라서 소염진통제를 과량 또는 장기간 먹으면 프로스타글란딘의 역할이 저하돼 위점막이 상하고 속이 쓰리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긴다. 소염진통제는 식후 30분에 충분한 물(200㎖이상)과 함께 먹어서 강한 위산을 희석시키고 상한 위벽을 자극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약의 농도가 옅어지고 약이 위 전체로 분산되므로 위장장해가 줄어든다. 소염진통제 복용으로 생긴 위궤양에는 ‘오메프라졸’ 같은 프로톤(수소양이온)펌프저해제 성분이 효과가 좋다.

(2) 식사 직후나 식사 중에 복용하는 약
▷ 항생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등은 약물의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게 중요하므로 일정시간 간격으로 복용토록 한다. 특히 먹는 항진균제(무좀약인 케토코나졸 및 이트라코나졸 성분 등)는 위의 산도가 높을수록 흡수가 좋으므로 특이하게도 식사중이나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게 좋다. 이트라코나졸 등 먹는 무좀약은 지용성이어서 기름기와 잘 섞여야 흡수도가 좋아지므로 음식물(기름기)과 같이 복용토록 한다.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 대부분의 칼슘제제(헬스칼500, 오스칼500D 등)는 위산분비가 많을 때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식사 직후나 식사 도중에 먹는 것이 권장된다. 철분제제도 위장장애를 유발하므로 위장보호를 위해 식사 직후에 복용한다.

(3)식전에 복용하는 약
흔히 식후 30분에 복용하면 약물이 음식물에 섞여 약효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공복에 약을 먹어 효과를 올리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를 복약지도 방법의 하나로 ‘식전’이라 한다. 식전은 공복 상태, 혹은 식후라도 소화가 완전히 이뤄진 상태에 복용하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음식물이나 식후의 위산 분비에 영향을 받는 약물,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식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음식물이나 식후 위산에 의해 약물 흡수가 방해받지 않아 가장 좋은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 한방과립제는 약성이 순해 속쓰림이 없으므로 식전 투여로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 정장제(정로환, 유산균제제)·진토제 등의 소화기약물,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균제, 고혈압약(캅토프릴), 골다공증약(알렌드론산나트륨, 리세드론산나트륨), 협심증치료제와 항결핵제의 일부는 음식물과 섞이면 착화합물을 형성하거나 이용률이 떨어져 흡수가 감소될 수 있으므로 식전 복용을 권한다. 
▷ 경구용 혈당강하제 중 레파글리나이드(repaglinide 노보노디스크제약 노보넘정)와 나테글리나이드(nateglinide 일동제약 파스틱정, 미티글리나이드(mitiglinide 중외제약 글루패스트정), 글리메피리드(glimepiride 한독약품 아마릴정) 등은 음식물 섭취로 인한 혈당의 급격한 증가를 조절해야 하므로 식전에 미리 먹어두는 것이 좋다. 식후에 복용하면 흡수가 감소하고 식후혈당 강하효과가 떨어진다. 복용 후 식사를 꼭 챙겨 먹지 않으면 저혈당쇼크에 빠질 수 있다. 
▷ 유아는 밥을 먹은 직후 약을 먹이면 쉽게 토하므로 식전에 복용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하면 약물의 흡수력과 생체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4)식간에 복용하는 약
‘식간 복용’을 어떤 사람들은 식사 중간에 먹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식간복용의 정확한 정의는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에 먹는 것으로 주로 식사 2시간 후, 혹은 식사 2시간 전을 의미한다. 음식물의 영향을 최소로 하며 약효를 빠르고 확실하게 낼 수 있다.
▷ 대표적인 게 제산제(혹은 위점막보호제)로 공복에 위산 분비로 위장이 자극받는 것을 줄이고 위 점막에 보호막을 쳐 위를 보호해 준다. 
▷ 강심제나 해열진통제도 식간 복용이 권장된다. 
▷ 위장이 튼튼한 사람에겐 식후에 복용할 약을 식간에 복용하라고 의사가 지도할 수도 있다.

투여시간이 약 별로 다양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생체리듬에 맞게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약학의 하나를 크로노테라피(Chronotherapy)라고 한다. 하루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여섯 번을 투여하는 약이 있는가하면 격일, 매주, 매월 에 한번씩 다양한 시간간격으로 투여하는 약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 하루에 3번 먹는 약이 주종을 이뤘고 지금도 가장 흔한 복약 형태다. 이는 우리의 식생활과 약물의 흡수·배설 패턴을 고려한 간격이다. 약효지속시간이 4~6시간짜리인 약이 많다는 점(식사시간과 약물 유효 혈중 농도 유지 간격이 일치), 식사를 하루 세 번 꼬박꼬박 한다는 점에서 잊지 않고 복용하기 편리하다. 
최근에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맞춰진 1~2번 먹는 약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한번 먹는 약은 24시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다. 만성심장병, 알레르기성질환 등의 약은 보통 하루 한번 복용하도록 만든다. 
통증, 구토, 설사, 변비, 불면증 등을 단번에 치료해야 하는 약들로는 진통제, 수면제, 하제 등이 있다.

하루 한번 복용하더라도 복용하는 시간에 따라 효능의 정도는 각기 달라진다. 보통 최적의 약효를 내는 포인트를 감안해 의사가 복용시간을 지시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를 준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24시간 약효를 발휘하는 약은 대개 복용 후 8~12시간께 최대 혈중 농도를 낸다. 물론 약물의 성질과 첨단 제제학 기법에 따라 복용 후 다양한 시간대에 피크를 보이기도 한다.
 
▷ 성인병을 일으키는 과산화지질은 몸에 해로운 지질인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이 산화돼 형성된다. LDL콜레스테롤은 주로 저녁 시간(오후 8~9시)에 왕성하게 합성되므로 이를 억제하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초저녁에 복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뼈가 가장 많이 파괴되는(파골) 시간은 새벽 3시경으로 이 시각에는 코르티손(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일종)의 농도가 가장 낮고 칼슘을 조절하는(주로 감소시키는) 부갑상선호르몬의 농도가 가장 높다. 파골을 방지하는 호르몬인 칼시토닌(엘카토닌)은 초저녁에 투여해야 한밤중의 골 파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 기관지천식은 잠들기 직전과 오전 3~5시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이때 약효가 절정에 이르게 하려면 기관지확장제(테오필린 등)는 전날 오후 7시,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는 전날 오후 3시에 복용하는 게 좋다. 
▷ 전립선비대증, 협심증에 사용하는 약물 중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나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등 졸림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들은 낮 시간의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해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진정제나 항히스타민제류를 복용한 뒤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조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위산분비차단제(시메티딘, 파모티딘, 라니티딘 등 H₂차단제)은 1일 1회(라니티딘은 300㎎) 저녁 식사 후에 투여하는 것이 1일 2회(라니티딘은 150㎎씩 두 번) 투여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밤에는 위산분비가 심해지고 위장내용물의 이동속도가 50% 정도 느려져 약은 서서히 흡수되고 지속시간은 길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 동안은 식사나 장내병균의 살균 등 적당량의 위산이 필요하므로 밤에는 위산을 직접 조절하는 H₂차단제를, 낮 동안에는 분비된 과량의 위액을 희석시키는 제산제를 복용한다. 
H₂차단제는 용량을 초과해 다량 섭취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시간을 정확히 지켜 용법대로 먹는다. 약 먹는 도중에 위가 쓰리기 시작하면 즉시 제산제를 먹어 속쓰림을 완화시킨다. 속이 쓰리다는 것은 H₂차단제의 약효가 떨어져 위산이 분비되고 위벽이 다시 헐기 시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제산제는 위액 배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단지 증상완화에 초점을 맞춘 약품이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먹어주는 게 좋다. 단 H₂ 차단제와 제산제는 한시간 간격을 둔다. 
▷ 고혈압약은 취침전이나 아침식사 전에 먹는다. 수축기혈압은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영향으로 아침에 일어날 때 급상승하고 맥박도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따라서 밤이나 아침 식전에 먹는 게 효과적이며 아침 식후나 낮에 복용하는 것은 허사가 될 수 있다.
▷ 류마티스관절염은 아침에 통증과 경직(조조강직)이 심하고 오후에 완화되므로 비스테로이드계열(피록시캄이나 아세클로페낙-하루 두 번 먹는 약이지만)은 늦은 밤 시간과 아침에 복용해야 아침에 밀려오는 통증과 경직을 줄일 수 있다.
▷ 코르티손은 이른 새벽부터 분비량이 증가해 아침시간(6~8시)에 최고혈중농도에 이르고 서서히 줄어들어 오전 중에 분비가 중지된다. 따라서 프레드니솔론 덱사메타손 같은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제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에는 부신이 쉬고 있는 오전에 복용한다. 피곤함을 줄이고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생체리듬에 따라 약물의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부신은 오후에 접어들어 다시 부신피질호르몬을 분비하므로 이때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하면 부신의 자발적인 부신피질호르몬 분비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복용시기를 놓쳐 ‘아차’ 했다 싶을 땐 다음을 기약하자

원칙적으로 시기를 놓쳤다고 동시에 2회분을 복용하면 안 된다. 적정한 1회 약용량은 환자의 나이, 체중, 체질, 증상, 임신부?수유부?만성질환자 등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얼른 낫고 싶다는 욕심에 임의로 약을 더하거나 빼서도 안 된다. 
다만 정해진 시기를 넘겨 한두 시간이 경과했다면 식전, 식후에 상관없이 생각난 즉시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다음번 약 먹을 시간이 다 돼서야 약을 놓친 것을 알았다면 그냥 포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항생제나 호르몬제처럼 복용시간을 엄수할 필요가 있는 약은 다음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의사나 약사에게 상의해봐야 한다. 약을 먹고 나서 1시간도 채 안 돼서 아픈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 봉을 더 먹는 경우도 많은데 약을 두 배로 먹는다고 질병이 빨리 나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 정종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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