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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67조원에 샤이어 인수 … 공격적 M&A로 선진국서 입지 강화

  • 입력일 2018-06-20 07:54:17
  • l 수정일 2018-06-20 20:02:01
거래가 日 사상 최대 규모 … 매출 기준 세계 9위 제약사로 껑충

미국 뉴욕주 디어필드 다케다제약USA 사옥

일본 다케다제약이 지난달 8일 희귀질환치료제 전문기업인 아일랜드 샤이어를 총 620억달러(약 67조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해 화제다. 인수합병(M&A)은 내년 6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다케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블루오션인 희귀질환 분야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으로 6억달러(약 6700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매출이 총 31억2000만달러(약 3조4800억원)로 두 배가량 뛰어 세계 제약사 순위가 기존 19위에서 9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 조원을 대출하면서까지 인수를 밀어붙이는 이유다.
 
이번 M&A 규모는 일본 기업의 인수 사례 중 사상 최대치로 2016년에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회사 암(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샀을 때보다 두 배가량 크다. 전세계 제약사의 M&A 가운데선 2000년에 미국 화이자가 미국 워너램버트(Warner-Lambert)를 903억달러(약 101조원)에 합병한 것 다음이다. 화이자는 이 거래로 단숨에 글로벌 2위 제약사로 거듭났다.

일본 주주들이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다케다의 재무부담이 대폭 증가한 것을 우려하는 반면 샤이어는 다케다의 여러 번 구애로 거래가를 높였지만 기업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입장이다. 

1781년에 설립된 다케다제약이 200년 넘게 빚 없이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하다가 과감히 투자하는 회사로 변모한 것은 2003년 전후다. 당시 창업가 7대손인 다케다 구니오(Takeda Gunio)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다케다 가문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 하세가와 야스치카(Hasegawa Yasuchika) 씨를 임명했다. 내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상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려면 창업주 일가가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것은 다케다가 1977년에 미국 애보트래보러토리즈(Abbott Laboratories)와 합작벤처 TAP파마슈티컬즈를 설립, 공동 개발한 화학적 거세 약 ‘루프론’(류프로렐린, leuprorelin, 1985년 발매)과 항궤양제 ‘프레바시드’(란소프라졸, lansoprazole, 1995년 발매)을 미국에서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키웠지만 이후 수 십년간 지속된 사업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하세가와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에 미국 밀레니엄파마슈티컬즈(Millennium Pharmaceuticals)를 88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인수, 2016~2017년 사내 매출 각각 1, 2위 품목이기도 한 궤양성대장염·크론병치료제 ‘킨텔레스’(성분명 베돌리주맙, vedolizumab, 미국·유럽 약품명 ‘엔티비오’)와 다발골수종치료제 ‘벨케이드’(보르테조밉, bortezomib)를 확보했다. 킨텔레스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 매출이 2014억엔(약 2조원), 벨케이드는 1373억엔(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세가와 사장은 2011년에 의약품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사업을 운영하는 노르웨이 니코메드(Nycomed)를 96억유로(약 12조3600억 원)에 사기도 했다.

2014년에 하세가와 씨 후임으로 발탁된 크리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 현 사장 역시 공격적 M&A로 몸집을 불리는 데 적극적이다. 자신이 근무했던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상위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M&A였다는 시각에서다.
 
웨버 사장은 기존 주력 품목인 ‘액토스’(피오글리타존, pioglitazone)·‘네시나’(알로글립틴, alogliptin) 등 당뇨병치료제에서 신약개발 요구가 높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로 회사 R&D 파이프라인 중심을 옮기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미국 항암제 바이오기업 아리아드파마슈티컬스(ARIAD Pharmaceuticals)를 약 52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했다.
 
1986년에 설립된 샤이어는 올해 1분기에 희귀질환치료제 품목 비중을 약 70%로 넓혔다. 이 회사 역시 관련 약제를 개발한 기업을 잇달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2016년엔 미국 박스터에서 분사한 박스앨타(Baxalta)를 320억달러(약 34조원)에 사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혈우병치료제 판매사로 성장했다. ‘애드베이트’(유전자재조합 제8혈액응고인자, octacog alfa) 등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샤이어 전체 매출의 약 60%는 미국에서 나왔다. 단일 품목 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 ‘비반스’(VYVANSE, 리스덱스암페타민, lisdexamfetamin)가 21억61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가장 많이 팔렸다. 혈관부종(HAE)치료제인 ‘신라이즈’(CINRYZE, C1 에스테라제 억제제) 6억9900만달러(약 7800억원), ‘피라지르’(FIRAZYR, 이카티반트, icatibant) 6억6300만달러(약 7400억원)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들 세 품목은 국내에선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샤이어는 안구건조증치료제 ‘자이드라’(리피테그라스트, lifitegrast) 등 3상 임상이 진행 중이거나, 미국·유럽·일본 등 보건당국에 시판허가를 신청해 상용화가 임박한 신약후보물질을 15종 이상 보유하고 있다.
  • 김선영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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