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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잃은 의사들 … 공공의료 확대에 대안 제시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

  • 입력일 : 2020-09-08 10:28:22
“2000년 개정 의료악법 뜯어고치고 특권 없애야” … 김찬우 의원, 당시 의료법 위반에만 의사면허 정지 가능토록 개정
의대 정원 확대와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원(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보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인해 의사들은 민심을 잃은 모양새다.

감염병 사태로 시민의 안전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환자의 목숨을 인질로 두고 투쟁을 나섰다는 이유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집단적 행동으로 진료거부에 나선 의사 집단과 전공의 집단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사회공익을 내팽개치고 환자를 볼모로 집단이기주의적 이권에 집착하고, ‘가짜뉴스’까지 양산하면서 의사로서의 양심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도 8일부터 업무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연일 일어나는 의사 파업으로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 사이에서는 2000년에 개정된 ‘의료악법’이 문제라며 이를 개정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면 받는 의사들 … 공감대 형성 못한 의료계 파업에 싸늘한 민심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외면받은 의사들. 게티이미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안은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사회 단체조차 반대를 표명할 정도로 세부안에 대한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특히 정부 장학금을 받은 의대생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는 게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깨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국민을 향한 막무가내 투쟁 방식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파업을 벌인 것도 문제지만, 대안 없이 자기주장 관철만 내세운 게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사도 파업할 권리는 갖지만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대안과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의사들은 여론의 지지나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도 없이 자신들의 위력만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사회가 희생과 인내를 감수하면서 총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의사단체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휴진이라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의료 공공성 확대의 발목을 잡고 개혁 논의를 좌초시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사들은 정부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대안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올해 3월 23일 총선 공약으로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대 신설’을 내놨고, 의협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의료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의협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나서야 집단휴진 사태가 터진 것이다.

 
2000년 의사가 형사범죄 저질러도 면허 유지 가능케 개정 … “악법 뜯어고쳐 특권 없애야”

의대생의 의사 국시 구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동안 의사단체의 ‘밥그릇 지키기’ 등 파업에 공감하지 못하고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글들이 속속 게재됐다.

이 중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46만명(8일 오전 9시 기준)을 넘는 동의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올라온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도 31만명(8일 오전 9시 기준)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나 관계 부처는 이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국시 관련 청원글을 올린 청원인은 “이번에 (의대생들이) 단체로 시험을 취소한 것은 결국 나라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단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없다”며 “그 자체로 그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구제 방법을 제시하지 말아달라. 대신 그들에게 스스로의 지나침을 경계할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의료법을 개정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코로나19로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청원인은 “당시 개정된 의료악법으로 살인, 강도, 성폭행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된다”며 의사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의료악법’은 2000년 의사 출신인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개정 전에는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되었으나, 개정안 통과 이후 의사들은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의사 면허가 정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원인은 “의료악법을 개정하기 위해 2018년 11월까지 총 19건이 발의됐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며 “의료악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해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질서를 공고히 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밖에 지난달 24일 하루 사이에만 ‘대한의사협회 파업 행위 처벌’, ‘집회 참가 의대생 미복귀 시 면허 박탈’ 등을 촉구하는 청원이 10개 넘게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불이익이 따르는 길을 자기들이 선택해놓고서도 아주 당당하게 불이익 주면 가만 안 있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협박이라니. 성인이면 본인 행동에 책임을 지자”는 반응이 있는 반면 “왜 피땀 흘려 공부한 의사고시를 거부하는지, 왜 이 상황에 파업에 나섰는지 속사정은 알고 청원 올리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파업은 불합리한 의료보험 수가, 사전 논의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지금까지 쌓인 의사들의 종합적 불만들이 합쳐진 결과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적잖지만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정부를 겁박하는 의사들의 이번 파업은 도를 넘어섰고 시기상 정당성도 잃었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번 사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 박수현 기자 soohyun89@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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