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가 만난 의사

윤찬석 제일병원 외과 교수 “유방암 치료, 정서적 지지가 핵심”

  • 입력일 2018-09-06 15:00:25
초음파검사·조직검사 통해 조기진단 … 유방보존술, 환자 삶의 질·만족도 향상
“유방암은 환자의 상실감이 가장 큰 질환 중 하나입니다. 너도나도 100세 시대를 외치는 현 상황에서 한창 때인 40~50대에 가슴 전체를 절제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죠. 유방암 환자가 여성성을 잃지 않고 좋은 치료결과를 얻으려면 ‘조기진단’과 그에 따른 ‘유방보존술’이 필수입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혹시 유방암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2017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암의 25.2%를 차지할 만큼 발생빈도가 높다. 동양인·흑인보다 유럽과 미국의 백인 코카서스 인종,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구고령화로 동양인, 한국인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 6237명이었던 국내 유방암 환자는 2010년 1만6739명, 2014년 2만148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도 2014년 2271명에서 2015년 235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유방암 치료의 성패는 진단 시기에 달려 있다. 윤찬석 제일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조기 진단시 5년생존율이 95%에 달하지만 말기가 지나면 30%대로 급감한다”며 “진단이 빠를수록 유방보존술로 원래 유방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유방보존술, 유방 일부만 절제해 부작용·통증 최소화

과거엔 암세포와 함께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이 표준치료법이었다. 이후 미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이 학문적 근거를 얻으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최근 진행성 유방암에도 선행항암화학요법으로 유방암 병기를 낮춘 뒤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방법이 적용됐다.

유방보존술은 유방 바로 밑 피부 3~4㎝만 절개한 뒤 암세포를 제거해 가슴 형태를 보존하고 흉터를 최소화한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 전후 자기공명영상(MRI)로 병변을 관찰하고 초음파검사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윤찬석 교수는 “환자의 가슴을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유지함으로써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유방보존술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절제를 최소화하는 만큼 수술 후 통증, 부작용, 스트레스가 덜하고 입원 기간이 전절제술의 절반 정도로 짧다”고 설명했다.

유방보존술 시행률 80%, 年 150례 실시

제일병원에선 전체 유방암 환자의 80%가 유방보존술을 받는다. 국내 평균인 5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연간 수술건수는 150례 정도다. 윤 교수는 “원래 유방을 보존하려면 조기진단을 통해 암세포가 더 퍼지기 전에 치료하는 게 관건”이라며 “제일병원은 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성형외과와의 유기적 협진시스템을 갖춰 조기진단 및 유방보존술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면 암세포가 유방 전체로 퍼져 유방보존술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병원은 유방외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원스톱 검진시스템을 갖춰 조기진단율과 유방보존술 시행률을 높여왔다. 내원 당일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가 가능하고 검사·상담·수술까지 1주일이면 끝나 직장인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현재 제일병원의 연간 유방초음파 건수는 1만5000건, 조직검사는 1만여건에 이르며 600여명의 환자가 유방암 확진을 받고 치료에 들어간다.

윤 교수는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까지 유방 정밀초음파 대기 환자가 3개월 이상 밀리기도 했다”며 “결국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현재 오후 5시반부터 7시까지 직장인 대상 야간진료를 실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견 빠를수록 유방 보존 확률↑ 초음파·조직검사로 진단

조기진단은 유방 보존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암세포는 큰데 유방이 너무 작으면 유방 보존이 어려울 수 있다. 가슴 중심을 기준으로 안쪽에 생긴 암의 경우 유방을 조금만 잘라내도 모양이 틀어져 유방보존술이 불리하다. 반면 바깥쪽에 생긴 암은 겨드랑이 부위 살을 움직여 가슴 모양을 만들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방사선치료가 어렵거나 병소가 여러 곳에 생긴 다발성 유방암의 경우 보존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윤 교수는 “국가암검진 권고안은 40세부터 1~2년마다 검진을 추천하지만 최근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가족력 등 고위험군일 경우 35세부터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며 “먼저 유방촬영술과 초음파로 1차검진, 악성질환이 의심되면 추가로 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유방암으로 판정되면 MRI와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으로 확진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성 유방암 환자는 난소암 등 부인암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성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아기까지 가질 수 없다’는 좌절감까지 겹치면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제일병원은 난임치료 특화 병원이라는 장점을 살려 유방암·부인암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난자동결 등 가임력보존 치료를 실시하는 등 질병치료를 넘어 여성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샤워 중 터치만으로 자가진단 가능

유방암은 만져볼 수 없는 위나 간과 달리 유방암은 샤워 중 가슴 밑부분을 만져보는 것만으로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만졌을 때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 느낌이 든다면 바로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X-레이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윤 교수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유방조직이 작고 단단한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며 “다만 치밀유방은 유방의 특성일 뿐 그 자체가 질병인 것은 아니어서 무조건 겁 먹거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환자를 가족처럼’ … 정서적 교감 통해 예후 개선

윤 교수는 유방암 전문의라면 치료 못잖게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원래 의사는 판단력이 흐려져 치료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환자에게 감정 이입하면 안된다고 교육받지만 유방암이나 부인암 같은 여성질환은 예외”라며 “질병 상태에 따라 심리적 타격이 매우 클 수 있어 환자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항상 환자를 이모, 여동생 같은 가족처럼 대한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다보면 어느새 끈끈한 정이 생기고 서로간 ‘라포(rapport, 상호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쌓이고 대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영상검사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환자정보나 증상을 파악해 재발을 막고 예후를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는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다보니 완치 후에도 10년 이상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다”며 “죽음의 문턱 앞에 있던 환자가 완쾌되고, 이후 딸·손주와 병원을 함께 방문하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더 많은 환자에게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찬석(尹燦錫) 제일병원 외과 교수 프로필

연세대 의대 의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의학박사

제일병원 외과 전문의(진료과장)
단국대 의대 부교수
제일병원 홍보실장
한국유방암학회 평생회원
미국 MD앤더스암센터(Anderson Cancer Center) 연수
 
  • 박정환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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