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피트니스

힙합·발레 합친 ‘힙레’ … ‘다양성’ 인정하는 새로운 댄스 장르

  • 입력일 : 2017-06-07 12:28:29
발끝은 포앵트, 어깨와 골반은 ‘그루브’ 절제된 세련미 … 발레 기초다지기 우선
힙레 창시자 호머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힙레 레슨 한 장면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개념끼리 만나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전세계 SNS를 강타한 ‘힙레’(hiplet)도 그중 하나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힙합(hiphop)에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 발레(ballet)의 매력을 섞은 댄스 장르다.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들이 힙합 음악에 맞춰 이색적인 춤을 선보인다. 발끝으로 서는 발레 동작인 ‘포앵트’를 한 상태에서 골반과 어깨가 그루브를 타는 모양새는 신선하다.

힙레는 발레리노 호머 한스 브라이언트(67)가 고안한 댄스 장르로 수 년 전부터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두 딸과 팝가수 레이디가가도 힙레를 배웠다.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슨 영상을 선보인 뒤 무려 74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세계의 피트니스·댄스 마니아들은 ‘대체 어디서 배울 수 있냐’며 호응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시카고 멀티컬처럴무용단(Chicago Multi-Cultural Dance Center)의 창립자로 1994년 랩 음악에 맞춰 발레를 하는 ‘랩발레’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2007년 랩 발레를 다듬어 힙레를 창안한 뒤 2009년부터 이를 가르쳐왔다.

브라이언트는 “발레가 유럽 중심의 춤이라면, 힙합은 아프리카 또는 도시문화 중심의 춤으로 이들 댄스를 조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됐다”며 “힙레는 발끝으로 추는 춤으로 이를 추려면 발레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레로 기본기를 다진 후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힙합을 결합하니 보다 절제된 세련미를 끌어낼 수 있다”며 “누구나 정해진 기술이나 동작보다 마음 편하게 춤출 수 있어 자신감을 주고,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주기에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힙레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배우고 출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미국에서 더욱 인기다. 유럽에서 시작된 발레는 백인 중산층의 전통적인 취미인 반면 힙합은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춤으로 유색인종 저소득층을 통해 도시문화로 성장했다. 힙레를 보는 미국 내 흑인과 저소득층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브라이언트는 “흑인 아이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힙레를 만들었다”며 “흑인 아이들이 발레리나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힙레 발레리나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힙레는 발레의 우아함을 지키되 틀에서 벗어난 ‘자유’를 표현할 수 있다. 브라이언트는 “전통 발레에서 무용수는 자신을 요정처럼 표현해야 하지만 힙레에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시각에 가까운 무용”이라고 설명했다.

발레계가 힙레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일부 발레계 인사는 힙레가 발목에 무리를 줘 건강을 해치고, 예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브라이언트는 “냉소와 비아냥거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항상 존재했다”며 “하지만 힙레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즐기기 위해서 추는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반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힙레 인기가 들끓지만 실제 배울 수 있는 곳은 시카고 멀티컬처럴무용단이 유일하다. 브라이언트는 올해 오리지널 힙레 크루와 한국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홍보에 열중할 계획이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시티포레스티벌'에서 호머 브라이언트가 힙레 기초레슨을 하고 있다.지난 3일에는 힙레 오리지널 크루가 방한,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힙레 공연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창시자의 레슨’을 받아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픈레슨에 참여했다. 이날 브라이언트는 생동감 넘치며, 자유롭고, 호탕한 모습으로 댄서들과 힙레를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직장인 김모 씨(25·여)는 “힙합 음악에 맞춰 발레동작을 기본으로 정신없이 움직이다보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구슬땀이 흘렀다”며 “기초레슨일 뿐인데도 허벅지 안쪽이 불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 다수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본격 레슨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전세계를 다니며 힙레를 알리고 전문 교습학원을 세울 예정”이라며 “다양한 인종과 각기 다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춤추는 세상을 만들어 힙레의 기본정신은 ‘다양성’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 정희원 기자 md@mdfact.com
  •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의견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