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의 시니컬 퍼스펙티브

과장된 ‘영끌’과 ‘월세 부추기기’ 보도 … ‘아픈 청춘’에 ‘언발 오줌누기’式 정책

  • 입력일 : 2020-12-21 15:26:43
아파트값 때려잡다가 청춘의 막막함만 깊어져 … 평등·분배보다 자율·성장, 현실적 재개발 고민해야
요즘 아파트값과 전세가 고공 상승에 20~30대 젊은이들이 부동산을 사려 ‘영끌’한다는 보도가 종종 나온다. 영혼까지 끌어들여 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게 영끌인데 과연 싸도 10억원 안팎을 호가하는 수도권의 웬만한 아파트를 사려고 가족과 친인척을 동원하고 금융권의 돈까지 다 끌어당겨 집을 사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 100이면 한둘이나 있을까 말까한 이야기를 언론들이 자꾸 꺼내드니 제대로 된 시각인가 싶다.
 
지난 8월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0대 청년층의 ‘영끌’(패닉바잉)이 안타깝다”며 “좀 기다렸다가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분양받는 게 적절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청춘은 언제나 불우하다. 기자를 비롯해 서울에 갓 상경한 많은 젊은이들이 그 많은 아파트 중에 내 것이 한 칸도 없음에 얼마나 막막해했던가. 수십 년 노가다를 다니며 남의 아파트와 사옥을 지어봤지만 정작 자신은 아파트를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한 달에 며칠은 몸이 고달파 쉬어야 한다는 건설노동자들의 애환을 누가 달래줄 것인가.
 
1995년 당시 서울의 괜찮은 아파트는 2억~3억원 했는데 지금은 거품이 잔뜩 끼어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의 아파트들도 10억원 언저리를 호가한다.
 
부동산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려면 구매가의 20% 정도만 있으면 된다. 2억원의 20%이니깐 당시 서울의 괜찮은 직장 초봉이 2500만~3300만원 수준이었으니 2~3년만 허리띠를 졸라 매면 집을 사는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게 썩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돈 쓰기 좋아하는 청년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듯하다.
 
일단 계약을 하고 나면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악착 같이 중도금을 마련하게 되고 그러다 3~5년을 버티면 어느 새 집을 갖게 되는 게 1990년대 직장인의 패턴이었다.
 
한데 지금은 초봉이 3000만~5000만원 된다고 해도 집값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섰으니 아무리 봐도 부동산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는 것은 무리다. 이번 생애에 집사기는 망했다는 한탄이 절로 나올 만하다. 게다가 정부 및 여당에서는 주택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공유의 개념으로 보자며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다세대 주택 보유자 중과세, 전세 대신 월세 장려 등을 직접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누구나 자기 것을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누를 수 있는가.
 
예전에는 부동산 시레를 대충 감으로 얘기했는데 1990년 후반부터는 국민은행이랄까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이 주식지수 매기듯 매주 몇 영점 몇% 등락했다고 알려준다.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당사자 간 거래의 산물로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라 과연 이런 통계가 얼마나 객관성을 갖는지 의문이다. 팔려는 사람의 마음이 급하면 5000만원, 1억원도 내릴 수 있고 사려는 사람이 자꾸 욕심을 부리면 예상보다 훨씬 높게 팔리는 게 부동산의 특성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 통계지표는 시장참가자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참고치라 하겠다.
 
생필품이나 공산품은 몇백원, 몇천원에도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부동산은 백만원 이하 단위로 깎는 게 의미가 없다. 거래 액수도 크지만 평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거래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사고 팔 사람도 어떻게든 파는 게 부동산이다. 거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국외자라 발언권도, 가격결정권도 없다.
 
청년들이야 말로 부동산 국외자인데 언론이 자꾸 영끌 운운하며 보수 대 진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로 나누어 싸움을 붙이려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이들이 정말 영끌이라도 하면서 삶의 투쟁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기성세대로서 다행이겠다. 그저 하루하루 살기 바쁘고 조금 돈이 모이기 무섭게 바로 지출하는 게 요즘 세대다. 200만원대 월급을 받으나 300~500만원대 월급을 받으나 통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신용카드 결제대금이나 구독구매 대금으로 줄줄 세어나간다.
 
집은 없어도 벤츠는 타야 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헌 아파트를 자기 집으로 갖고 있느니 새 아파트로 옮겨 다니며 평생 전세를 살아도 무방하다는 게 요즘 세대다.
 
심지어 한 달에 무려 2000만원을 버는 한 부부도 집 장만을 할 생각을 안 한다. 어차피 새 집을 사긴 틀렸으니 전세로나마 신상품을 쇼핑하듯 신축 아파트마다 2~3년 살고 누리다가 이사다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수 억원만 있으면 월 고정 지출(월세) 없이 부담없이 새 아파트를 향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부부는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의 좋은 시간을 위해 아낌없이 쓴다고 말했다. 절약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인생이 짧은 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현실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오직 미래를 생각하며 현실을 희생해오며 살았던 기성세대로서는 귀감이 되긴 하는데 과연 60세 넘어 자기 집도 없이 통장에 저축도 하지 않고서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이같은 삶의 방식마저도 현 정부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현 정부의 강남아파트 등 집값 때려잡기 정책이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시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보수 언론은 ‘영끌’ 운운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기실 남아도는 현금 ‘유동성’과 젊은층의 새집 선호 탓에 집값이 오르는 측면이 강한데도 정부의 재개발 억제,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중과세 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경향을 고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월세가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당장 그런 기미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 보수 언론이 부추겨 월세가 대세로 정착될 것처럼 부추기도 있다. 이는 아마도 월세가 늘어나면 젊은이들의 호주머니는 털릴 것이고 이게 다 현 정부 탓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음 선거 때는 현 정부가 패배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현 정부는 청년들에게 공짜, 퍼주기 정책을 자꾸 한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3단계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 대출,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희망 두배 청년통장, 청년 취업 인턴제 등이다. 솔직히 언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많지도 않은 돈이다. 그나마 극소수에게 돌아가고 혜택받지 못하는 소외감이나 배신감이 들기에 딱 맞다. 우리나라 청년이 수천 만인데 수천 또는 수만명에게 돌아갈까말까한 혜택으로 정부는 청년층에게도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색낸다.
 
청춘, 그 막막함과 억울함은 어느 누구의 도움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 막연했던 상처가 아물면서 자기가치관이 세워지고 시드머니가 조그만 핵을 형성하면서 재산이 점차 불어나고 자신감을 갖는 시기에 이르면서 마침표를 찍게 돼 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적어도 현 정부 전까지는 청년의 자립을 지켜봐왔지 이를 이용해 신구세대 간 편가르기나 빈부 간 갈등 조장에 활용한 것 같지 않다.
 
청년기는 본래 아픈 것이다. 홀로 자립하도록 부모나 기성세대가 멀찍이 떨어져서 봐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 기성세대 중 어느 누구도 자립하지 않고 일어서지 않은 세대가 없다. 괜히 거들어줬다간 끝내 홀로 날지 못하는 새가 되고 말 것이다.
 
궁핍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 조금만 무시당해도 버럭 화를 내는 세대, 실력으로 이길 생각은 않고 바로 불평등하다며 대드는 세대, 오직 현실만 있고 이상이 작은 세대가 포스트 코로나19 세대로 특징지어질까 두렵다.
 
이를 막으려면 분배나 평등보다는 자유와 성장, 자율에 무게중심을 싣는 정책 기조가 나와야 한다. 아직도 서울엔 창신동 등 재개발할 땅이 많다. 한마디로 낙후된 달동네가 수두룩하다. 획일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이 살 만한 환경친화적, 실사구시적 주택단지로 변신시킬 아이디어는 없는지 정책 당국은 고민해보고 주택난과 젊은층의 실의를 해결토록 노력해야 한다. 
  • 정종호 기자·약학박사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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