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입안에 내리는 별, 화려한 축하주 ‘샴페인’ 아니 ‘샹파뉴’

  • 입력일 : 2021-01-09 11:39:38
골치덩어리 ‘악마의 와인’에서 왕들이 사랑한 ‘왕의 와인’으로 급부상 … 까다로운 명칭 규제와 뛰어난 마케팅으로 이뤄낸 명성
발포와인을 통칭해 샴페인이라고 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무엇인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그 축하를 즐기고 싶을 때 우리는 ‘샴페인’(Champagne)을 터트린다. 이산화탄소가 함유돼 구름 같은 거품이 일어나는 이 발포와인은 화려한 이미지 때문에 축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초대 손님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일반적으로 기포가 일어나는 와인, 즉 발포 와인을 통칭해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오직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샴페인은 샹파뉴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다른 발포 와인은 생산 국가와 지역에 따라 프랑스는 ‘뱅 무섹(vin mousseux)’ 또는 ‘크레망’(Cremant), 독일은 ‘젝트(Sekt)’, 스페인은 ‘카바(Cava)’,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미국은 ‘스파클링(Sparkling)’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샴페인이 발포와인의 대표주자가 된 것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기술과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엮어내는 마케팅이….

프랑스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서늘한 기후 … 차가운 겨울 탓에 나타난 ‘악마의 와인’
 
샹퍄뉴는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다. 프랑스가 현대화되면서 샹파뉴아르덴(Champagne-Ardenne)으로 불리다가 2016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다시 상퍄뉴로 바뀌었다. 어원은 라틴어인 캄파니아(Campania)에서 왔다. 평원이라는 뜻으로 샹퍄뉴 지역이 너른 평지인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 이곳은 켈트계 벨기에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여러 도시로 분열돼 있다가 프랑크왕국 메로빙거 왕조 때 공작령으로 묶였다 이후 10세기 베르망두아 백작 가문, 11세기에 블루아 백작 가문 영지로 있다가 1285년 필리프4세 때 프랑스 왕가에 귀속됐다.
 
12세기부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벨기에 저지대) 사이, 독일과 에스파냐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로의 교착점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점하면서 빠르게 발전했고 14세기 경에는 유럽대륙의 가장 중요한 교역지로 번창했다. 하지만 이후 해상항로가 발달하고 백년전쟁 등을 겪으면서 교역지로서의 역할은 점점 쇠퇴했다. 근세 이후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갈등할 때마다 단골 교전지로서 고초를 겪으면서 화려한 시가지의 위용도 사라졌다.
 
그러던 중 17세기에 이 지역에서 전무후무한 와인 즉 발포와인이 생산되고 이것이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샹파뉴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이곳이 발포와인의 고향이 된 것은 지리‧자연적 환경과 영향이 깊다. 독일 인근에 위치한 샹파뉴는 프랑스 포도재배지 중 가장 서늘한 날씨를 보인다. 자연히 일조량이 많이 필요한 레드와인 품종보다는 산미가 두드러지는 화이트 품종 위주로 농사를 짓고 화이트와인이 주를 이뤘다.
 
통상 가을에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양조하고 병입한 후 겨울 동안 발효시키는데 유독 추운 겨울 날씨에 효모가 곧잘 활동을 중지해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전환되기도 전에 병입이 되곤 했다. 이렇게 병입된 와인은 봄이 되면서 다시 발효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발효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부족한 이 지역 포도의 당분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로 넣은 설탕과 효모는 발효를 더 촉진했다.
 
양조통 속에서는 가스가 발생해도 자연적으로 배출되지만 병 속에서는 가스가 빠져 나갈 수 없다. 갈 곳 없는 가스는 보통 와인에 녹거나, 압력을 버티다 못해 병을 폭파시키기도 한다. 이때 와인 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와 만나면서 화려하게 거품이 올라오게 된다.
 
당연하게도 양조장과 와인 업자들에게 이런 현상을 매우 골칫거리였다. 일년 내내 애써 만든 와인이 못 쓰게 될 뿐만 아니라 병이 터지면서 주변 사람이 다치는 일도 잦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와인을 ‘악마의 와인’이라고 부르며 양조가 잘못된 탓으로 여겼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악마의 와인’이 터지면서 파편을 맞은 다른 와인병도 파손돼 심할 경우 창고 속 와인의 90%를 잃게 되기도 했다고 한다.
 
발포와인의 가치를 알아본 돔 페리뇽 수사 … 샴페인 생산 기초 확립 및 발전
 
이 악마의 와인을 가치를 처음 알아본 것은 1668년 오빌레 대수도원의 와인 창고 책임자로 부임한 돔 페리뇽(Dom Perignon) 수사다. 그는 유독 샹파뉴 지방에서 잦은 악마의 와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명을 받고 이 지역으로 왔다.
 샹파뉴에 세워진 돔 페리뇽 수사의 동상
그는 문제의 와인을 직접 마시고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구나”라고 감탄했다. 우아한 와인 향과 화려한 기포의 자극이 마치 별 같다는 뜻이다. 돔 수사는 와인 병 속의 탄산을 없애기보다 이 탄산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 끝에 그는 발포와인의 원리를 알아내고 기존 와인병보다 두께가 두껍고, 폭이 좁은 발포와인용 병을 개발하고 단단한 스페인산 코르크 마개를 철사줄로 묶어 고정 하고 기름 먹은 마로 싸는 등 탄산을 병 속에 안전하게 가두고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내기에 이르렀다. 이로서 발포와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돔 페리뇽 수사보다 먼저 다른 곳에서 발포와인의 원리를 발견하거나 혹은 발포와인을 생산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662년 영국의 과학자 크리스토퍼 메렛(Christopher Merret)은 와인을 병입할 때 설탕을 넣어 기포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기술하고 영국 상인들에게 발포와인을 생산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돔 페리뇽 수사가 샹파뉴에 부임하기 6년 전이다.
 
또 랑그독의 리무(Limoux) 지역은 이곳 생 틸레르(Saint Hilaire) 대수도원 베네딕트 수도회 수녀들이 돔 수사보다 1세기 먼저 세계 최초의 발포와인을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리무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랑께뜨 드 리무’(Blanquette de Limoux)가 그 주인공이다.
 
최초 논란이야 어찌됐든 발포와인은 샹퍄뉴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돔 페리뇽 수사는 이후로도 여러 밭에서 난 여러 종류의 포도즙을 블렌딩해서 맛과 향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샴페인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업적을 남겼다.
 
수사가 근무하던 오빌레(Hautvillers') 대수도원이 가지고 있던 포도밭은 현제 ‘모엣샹동’(Moët & Chandon) 양조장이 소유하고 있는데, 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생산하는 샴페인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는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이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고급화 전략과 노력 … 까다로운 원산지 관리와 분류
 
샴페인은 상큼한 맛과 화려한 거품의 조화로 곧 유럽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요 파티에서도 기포가 올라오는 샴페인을 마시는 것은 필수적인 유행이었다.
 
특히 샹파뉴주의 중심도시 랭스(Reims)의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치루는 프랑스 왕실이 대관식을 비롯해 왕실의 중요한 행사에 샴페인을 빠뜨리지 않았다. 때문에 샴페인은 ‘왕의 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같이 샴페인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다른 지역에서도 너도나도 발포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발포와인은 샴페인의 이름을 달고 팔려나갔다.
 
이에 샹파뉴의 양조가들은 샴페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1927년부터 철저한 AOC(원산지 명칭 통제제도)를 실시했다. 샹파뉴의 AOC는 깐깐한 프랑스 와인 중에서도 더욱 유별나다. 사용되는 포도를 지정된 밭에서만 재배된 7종류(피노누아, 피노뮈니에, 샤르도네, 피노블랑, 쁘띠메슬리, 미포그리, 아르반드)로 제한하고, 가지치기‧수확량‧압착강도‧병입시 효모잔액 숙성시간‧시장공급량 등을 모두 규제한다. 이를 통과해야 비로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또 라벨에 샴페인 브랜드 이름은 물론 당도, 협회가 발행한 생산자 고유 알파벳, 병목으로 모인 죽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고쥬망(Degorgement, Disgorgement) 날짜, 알코올 도수, 배치 코드, 알레르기 유발물질 함량, 생산자 등록 코뮌 기호, 원산지 등을 모두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샴페인이 수출되는 국가에 명칭 보호를 요구하고 샴페인의 이름을 다른 주류 및 상품에 일정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17개국에서는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함부로 쓸 수 없다.
 
스스로도 AOC별로 샴페인의 품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샴페인은 일일이 포도알을 손으로 수확하고 당일 바로 압착하는데 껍질의 색소가 묻어나오지 않게 살짝 짜야 한다. 그래서 샴페인은 레드품종인 피노누아(Pinot Noir)와 피노뮈니에(Pinot Meunier)가 섞인 경우에도 색이 맑고 투명하다. 160kg 정도의 포도에서 얻는 포도즙은 100ℓ에 불과하다.
 
이렇게 얻어진 포도즙은 즉시 1차 발효를 거쳐 다른 품종의 포도즙 혹은 와인과 블렌딩된다. 이 과정에서 각 와인마다의 개성이 완성되므로 매우 중요하고 섬세하게 이뤄진다.
 
블렌딩된 1차 와인은 양조장마다 엄격하게 정해진 비율의 당분과 약간의 효모와 함께 병입돼 서늘한 동굴에서 12개월 이상 보관돼 2차 발효된다. 이 때 병은 45도 기울어진 선반에 거꾸로 놓여지는데 규칙적으로 병병을 회전시켜 발효된 효모 찌꺼기를 병 입구로 모은다. 이를 르뮈아주 (Remuage)라고 한다.
 
2차 발효가 끝나면 차가운 소금물에 병목을 담가 급속 냉각시켜 얼린 후 병마개를 열어 얼음이 된 효모 찌꺼기를 탄산으로 밀어내 제거한다. 그리고 빠져나간 양만큼 와인과 설탕을 혼합한 ‘리쾨르 드 도사주’(Liqueur de dosage) 액을 첨가하고 병을 봉한다.
 
이 때 당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데 정해진 기준으로는 △1ℓ 당 당분 6g 이하, 엑스트라 브뤼(Extra-Brut) △1ℓ 당 15g 이하, 브뤼(Brut) △1ℓ 당 12~20g 이하, 엑스트라 드라이(Extra-Dry) △ 1ℓ 당 17~35g, 섹(Sec) △ 1ℓ 당 33~50g 이하, 드미섹(Demi-sec) △ 1ℓ 당 50g 이하, 두(Doux) 로 나눌 수 있다.
 
또 사용되는 품종에 따라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블랑 드 누아 샴페인((Blanc de Noirs), 로제(Rose)로 나눌 수 있다. 블랑 드 블랑은 청포도 품종으로만 만들어지며 매우 섬세하고 신선하다. 블랑 드 누아는 적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탄닌감과 복합적인 아로마를 자랑한다. 로제는 블렌딩 과정에서 레드 와인을 섞거나 압착시 적포도 껍질의 색소가 일부 배어나오도록 한 것으로 다른 샴페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묵직하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블렌딩 때문에 빈티지가 적히지 않은 논빈티지로 생산되지만, 작황이 아주 뛰어난 해에는 오직 그해 수확된 포도즙만으로도 와인을 양조하고 양조자들의 결정을 통해 빈티지를 표기한다. 2000년과 2005년 빈티지가 표기된 샴페인들이 대표적이다.
 
120개 와인하우스 중 20곳이 70% 생산 … 스토리를 더한 마케팅도 즐길거리
 
일각에서는 이같이 까다로운 규정과 복잡한 분류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복잡한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샴페인은 1800년대 귀족과 신흥 부르주아, 각국 왕실을 상대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 과정에서 복잡한 규정과 돔 페리뇽 수사의 스토리 등이 과장되게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와 달리 1800년대가 되어서야 샴페인 병들이 규격화되고 기술들이 통일됐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좋아한다며 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인연을 강조하는 것도 스토리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샴페인의 양조기술은 당시 첨단임이 분명하고 기술을 발전시켜온 그들의 노력까지 마케팅이라고 폄하한다면 억울한 일이다. 여러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당도를 다양하게 조절하고 투명도를 높이는 등 기술적인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각 와인하우스마다 가진 스토리들은 와인을 즐기는 재미를 더욱 쏠쏠하게 만들어 준다. 상파뉴는 포도밭을 중시하는 보르도와 달리 제조회사가 더 중요하다. 약 120개에 이르는 상파뉴 제조회사 중 상위 20개 회사가 상파뉴 전체 생산량의 70%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하우스라고 부른다.
 돔페리뇽 모엣샹동(왼쪽부터), 뵈브 클리코 로제,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브뤼
돔페리뇽을 생산하는 ‘모엣샹동’, 르뮈아주를 처음 도입한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가장 비싼 샴페인으로 유명한 ‘크룩’(Krug), 007 제임스본드의 샴페인으로 유명한 ‘볼랭저’(Bollinger), 러시아 황가가 사랑한 크리스탈 샴페인을 생산하는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할리우드 스타들이 좋아하는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마신 ‘페리에-주에’(Perrier-Jouët), 마를린 먼로와 마리앙뚜아네트가 파티 때 즐긴 ‘파이퍼 하이직’(Piper-Heidsieck), 원스터 처칠이 매일 마셨다는 ‘폴 로저’(Pol Roger) 등이 대표적인 샴페인 하우스다. 
  • 김지예 기자 kjydream@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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